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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한옥카페.
일을 정리하려고 슬금슬금 들어선 충주 카페.


태풍으로 인해 비소식이 있길래 문득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일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비 떨어지는 풍경의 한옥 카페에서 고요히 작업할 생각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한옥 카페를 조사해서 갔습니다.

한옥 카페를 조사하니 우물있는 정원이 제일 눈에 띄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도착한 시간은, 목요일 오후 2시.
근처에 주차할 곳이 없어 진땀 좀 뺐습니다.
주차할 곳이 없었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야외 테이블이 아닌 이상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없었어요! 아니... 평일인데 카페에 왜그렇게 사람이 많습니까?

어쩌지...하고 있는 중에 남자 손님분들이 일어서시더라구요! 테이블이 생기자마자 바로 착석했습니다.
자리는 좁았지만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제겐 딱 좋은 자리였습니다. 마침 콘센트도 테이블 바로 옆에 있어서 걱정 없이 작업했습니다.


하지만, 참 개방적인 자리긴 했습니다. 제 자리에서 바로 맞은 편에 이렇게 바 형태로 되어 있는 자리도 있었는데요. 바 형태로 앉을 수  있긴 하나, 사실 주방과 경계를 두는 공간을 나누는 역할이 더 크죠.


자리를 딱 찜하고, 주문을 하러 갔습니다.
시원한 요거트 스무디가 잠시 끌렸지만, 일하러 왔으니, 여유있게 천천히 마시다 갈 계획으로 따뜻한 카페라떼를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하고 정원으로 카페 구경 하러 나갔습니다. 들어설 때 부터 꽤 예쁜 풍경이라 더 자세히 보고 싶었거든요!


카페 이름이 '우물 있는 정원' 은, 말 그대로 정원에 우물이 있습니다.
우물은 이렇게 입구 앞에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우물이 보입니다.


전 오래된 우물이라 생각했는데, 굳이 필요 없는 우물을 땅 파서 만든 느낌이었습니다.


안에 물도 없는 거 같습니다.
왜 만들었던 걸까요?

이 우물 사진을 저희 어머니께 보여주니, "이렇게 듬성듬성 돌을 쌓으면 물이 넘치지... 우물 안에는 물이 갑자기 쏟아 넘칠만큼 생기는데!"
한 마디로 저 우물은 물이 넘칠 일이 없다는 말씀이겠죠.

저희 어머니께선 어렸을 때 우물을 기어서 오곤 했던 과거를 자주 말씀하셨거든요. 그때 참 힘들게 많이 길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물을 사먹을 줄은 세상 몰랐던 일이라고 하십니다.

저희는 개발되고 발전해서 풍요로워질 수록 또 무언가를 계속 소비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물 구경은 실망감과 함께 다 했으니, 정원을 더 구경했습니다.


커피숍으로 향하는 길은 돌담길처럼 되어 있습니다. 푸릇푸릇한 풀 사이에 있는 돌을 인식하면서 걷게 되더라구요.


대문에서부터 커피숍 내부까지 향하는 길을 예쁘게 꾸며 놓으셨지만, 하이힐을 신고 오신 분껜 꽤 불편한 길입니다.
그래도 예쁘니까.


다른 한옥집에 비해 기와가 유독 낮고 긴 것 같습니다.
사실 오래된 고즈넉한 느낌보단 새로 지은 기와집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제겐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오래된 한옥집을 특색에 맞게 리모델링해서 옛 것에서 오는 풍미를 살린 카페나 가게도 많이 생기고- 거기서 오는 고즈넉한 느낌과 경치에 감동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여긴 그냥 주인분이 전통 기와집을 좋아하셔서 최근에 지으신 것 같아요.

혹시 몰라 로드뷰를 확인해 봤는데, 본래는 기와집이 아닌 조립식으로 된 제주 삼겹살 집이었더라구요. 로드뷰 날짜를 보니 작년이었으니, 생긴지 1년이 되지 않은 핫한 커피숍인 것 같습니다.


비록 한옥의 옛스럽고 고즈넉한 느낌은 떨어지지만, 이런 전통 양식을 살려 만든 장소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새롭게라도 생기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전통이 점점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만 가득가득 생길 때마다 위태로워 보여요.


구경을 대충하고 자리에 돌아왔더니 라떼가 준비되어 미리 테이블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노트북을 올리니 테이블이 좁아 정원이 보이는 창문 턱에 올려놓고 마셨습니다. 괜히 더 운치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커피숍을 좀 오랫동안 구경했는지 우유 거품이 좀 가라앉았습니다.
커피는 부드럽고 진했습니다! 맛있어서 행복. 더 집중할 수 있는 커피 맛이었어요.


노트북에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약 2시간 정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가 넘으니 손님들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엄청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커피숍에서 한창 수다 떨던 분들이 모두 없어지고 적막한 음악 소리만 들렸습니다.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던 작은 주차장도 모두 텅텅. (주차장은 5대 정도 주차가 가능하네요.)


모든 손님들이 나간 김에 내부를 좀 더 탐방했습니다. (사진 찍는데 눈치 안보면서 찍을 때가 참 좋아요.)


룸으로 된 공간은 3가지 였고, 그 중 하나는 6명 정도 수용 가능한 단체 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체 룸만 메뉴판이 있었습니다.
궁금하니 펼쳐 봐야죠.


메뉴가 왜이렇게 많아 보이나 했더니, 따뜻한 커피와 시원한 커피를 한 페이지에 전부 나눠놓으셨습니다. 사실 주문할 때 본 메뉴와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일 뒷 장에는 안주와 알코올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밤엔 주류도 판매된다고 명시되어 있더니, 생각보다 본격적(?)이었네요.
정작 영업은 얼마나 늦게 하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빗소리와 흐르는 물줄기를 보며 감상에 취하려고 했는데, 카페에 있는 동안 비가 안내리더군요.
근데 제가 운전 하는 순간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슬픔.


평일이든 주말이든 카페는 식사 시간 전이 제일 사람이 적은가 봅니다. 역시 식후엔 커피와 수다인 듯.

오후 4시도 저녁식사 전 시간대이니 다들 저녁 준비(?)를 하러 들어가신 것 같습니다.

혹시 사람 많은 게 싫으시고 딱 식사보다 카페가 목적이신 분들은 식후 시간을 피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 예스러움은 없지만, 한옥의 정감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조금(?) 추천해 봅니다.

이후에 20대 어린 친구들이 방문 했었는데, "와! 여기 너무 예쁘다!" 하면서 들어서더라구요.
예쁜 커피숍인 건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