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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시작하는, ‘내가 만든 것은 아름다운 쓰레기였다’
프롤로그의 내용만 보고 공감되어 바로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제품과 산업 디자이너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온 지 5년이 넘어가는데 디자인 업무에 회의감을 느낀 게 한 두번이 아닙니다. 분명 대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은 디자이너의 열정에 불을 질러주었지만 산업에서 배우는 것들은 제가 생각했던 프로세스와는 정말 다른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유명한 브랜드들과 디자인 작업을 해오신 분도 ‘쓰레기’ 라 지칭하시다니.
저도 제가 디자인 해 온 것들이 산업 쓰레기라도 여겼던 적들이 많았거든요. 클라이언트가 바라는 디자인으로 진행하는 일이 많아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파슨스 대학이지만, 정말 얼토당토 없는 수업도 많은가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면 큰일나지 않나요???
(이외에도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바란 것은 크게 없긴 했습니다. 이 분의 충고나 조언 그리고 경험담보단 현재 제가 겪고 있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기회에 부러움도 있고,
(1장과 2장에선 특히 그런 부러움이 가득한 마음이 듭니다.) 남다른 안목이나 결정 등 자랑 같은 느낌에 약간 삐뚤한 시선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읽으면,
산업디자이너 배상민 교수님의 배경과 디자인 철학을 통해 현재 저에 대한 위치와 생각도 더 하게 되는 고마운 책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 책을 20대 열정 가득한 대학생때 읽었으면 또 다른 감상이었겠지만요...
가끔 누구나가 우와- 대단하다. 라고 생각할 만큼 무모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도 몇 번 있긴 합니다.
(옛날의 그 무모함으로 현재 건강을 잃은 느낌이지만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집념은 가끔 대단하기도 하고, 무모하기도 합니다. 그 대단함과 무모함이란 단어를 가르는 건 결과와 마인드 차이겠죠.
누군가 걷지 않은 길을 걸어갈 때는 그 누구보다도 힘든 여정을 거치지만 나만의 만족과 집념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대단하고 무모하죠.
대단해지는 사람은 생각보다 한정적이기에...더욱.
이 분 이야기는, 드라마고 영화군요.
파슨스 대학교는 어떻게 바로 졸업하는 사람에게 교수직을 내어주죠?!!!! 그만큼 능력이 있으면 되는 것인가.
신입이든 경력이든 디자인은 역시 철저히 능력위주의 사회네요. 기회가 생겨도 항상 살얼음판인 것 같습니다.
(책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인생이 그렇겠죠. 항상 잔잔한 삶을 살고 싶어도 원하든 원치 않든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신 분들도 있죠.
그래서 욕심을 더 부려서 높은 곳으로 우러러보기 보단 조금 더 편한 삶을 사려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잠을 줄여가며 또 노오오력해야...(쾅)
디자이너분들, 위의 내용 공감하시나요?
전 사실 공감 안되는데...
창조적 직관력은 너무나도 예술가적인 직관이라 생각합니다. 애플과 닌텐도 회사를 예시를 든 것 자체도... 이미 쌓은 명성이 낳은 결과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사람들이 감동받는,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제품이라 설명했으면 더 좋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런 증거 없이 선택한 디자이너의 창조적 직관력은 기업에겐 정말로 큰 리스크 입니다. (사실 저도 이런 이유로 퇴짜 많이 받았어요.)
잠시 운이 좋을 때, 한 마디로 잘 나가고 있을 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죠.
그런 경험을 담고 깨닫는 사건을 겪거나 읽으면 저도 잠시 겸손해지자. 다짐하곤 합니다. 나의 목소리를 내야 인정받는 직업이면 더욱 그런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에게 나의 의견을 내야할 때, 뭐가 되었든 자신감 있게 이야기 해야하잖아요? 기선 제압이 필요할 때도 있구요.
생각해보니, 참 어렵기도 하네요. 자신감은 가지되,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겸손을 갖춘다는 것이.
위의 글은,
디자이너뿐만이 아니라 모든 직종의 문제점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도전 정신 없이 청년들이 쉽게 공무원 준비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요즘 디자이너들만의 문제점이 아니라 교육과 현실을 조금 생각해봐야할 문제겠지요. (애초에 공무원 준비가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저 또한 소모품들과 함께 같은 소모인간이 되어 가는 디자인 직장인(툴러라고도 부르죠)에서 회의감을 매번 느끼면서도 창조를 하고 싶은 욕구는 항상 가지고 있어서 지금 직종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욕구는 좋아하고 관심있는 일에만 발휘되곤 하죠.)
(2014년도 초반 발행한 책이니) 지금은 창조적인 크리에이터들이 그래도 많이 늘어난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저도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영화같은 사건이...
저도 이런 드라마 같은 사건을 매번 꿈꾸는데요.
(클럽을 다녀야하나...?)
제가 생활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던 그 기간엔 쉴 틈이 없었습니다. 정말 기능엔 큰 차이가 없지만 껍데기를 바꾼 미적인 소모품을 많이 찍어내기도 했습니다.
많이 팔릴 땐 그야말로 보람도 느끼기도 했지만, 정신없이 빨리 돌아가는 시장은 의미를 주지 않았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힘든 때가 있고 언젠가의 기회의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분명히 그 때가 아직 안 온 겁니다!)
디자인 랭귀지 소스. 나만의 문화적 소양.
저도 해본 적 없는데, 한 번 해봐야겠어요. 그냥 대중 문화와 매체에 맞게 살아갔는데 이런 걸로 제 취향을 발견하는 것도 꽤 뜻깊은 지표가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엔 공감이나 조금 느껴볼까 하고 시작한 책이었는데,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배교수님의 디자인 철학과 함께 저도 제 철학을 다시금 뒤돌아보게 된 독서가 되었습니다.
열정가득한 20대뿐만 아니라, 현재 산업 디자이너로써 회의감이 느껴질 때 읽어보기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디자이너분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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